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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인2 - 홍보마케팅 채윤희

영화를 포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

여성영화인2 - 홍보마케팅 채윤희


입문기


ꡐ작품ꡑ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광고가 필요하다. 작품을 상품으로 만드는 곳이 홍보 마케팅회사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이런 회사가 없었다. 86년 영화법이 개정된 뒤 누구나 수입․제작이 가능해지면서 홍보․마케팅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나는 80년대에 출판과 연극, 영화 기획을 병행하는 회사에 다니면서 영화를 접했다. 그러다 86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제대로 된 기획실을 두고 영화를 하겠다던 양전흥업 기획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한국영화 기획과 외국영화 홍보를 같이 했다. 그러다 94년 7월에 독립해서 올댓 씨네마를 차렸다. 대기업의 영화산업에 진출하면서 전문 홍보사에 대한 필요가 대두되던 시기였다. 이제는 홍보․마케팅이란 분야를 독립시켜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홍보․마케팅이란


직배사들이 들어오면서 마케팅 개념이 본격화됐다. 그전만 해도 마케팅이라고 하면 영화사 사장이 직접 기자를 만나는 식의 주먹구구였다. 직배사는 마케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ꡐ셀링 포인트ꡑ라고 하는데, 어떤 컨셉을 잡아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러면서 홍보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홍보 마케팅은 한국영화냐, 외화냐에 따라 달라진다. 외화는 완성된 영화를 홍보만 하지만 한국영화는 시나리오, 캐스팅 단계부터 관여한다. 기간도 크게 달라져서 한국영화는 6개월~1년이 걸리지만 외화는 2, 3개월이면 된다. 마케팅은 전략 구상에서 시작된다. 영화를 보고 타깃을 누구로 삼을지, 예컨대 여성이라도 20대인지, 주부관객인지를 판단한다. 시사회도 무조건 공짜로 보여주는 게 아니다. 영화에 따라 시사회를 자주 할 영화가 있고, 꼭꼭 숨겼다가 개봉일에 공개할 영화도 있다. 요즘은 이벤트도 많고 사은품도 나눠준다. 일반 상품의 홍보는 기간이 길지만 영화는 2개월 안에 승부를 본다. 또한 상품 홍보는 처음에 안 되면 나중에 다시 할 수 있지만 영화는 개봉하는 날 손님이 안 들면 그걸로 끝이다.


빛과 그림자


할리우드영화, 배우가 확실한 영화는 홍보하기가 쉽다. <타이타닉>에 디카프리오가 나왔다고 하면 더이상 홍보할 필요가 없다. 그냥 광고로 개봉일만 알리면 된다. 말하자면 <타이타닉>은 홍보 기획자가 보람을 느낄 만한 영화는 아니다. 50만명이 들 영화를 60만명 들게 하기보다는 2, 3만명도 안 들 영화인데 5만명 드는 영화로 만드는 게 훨씬 보람있다. <네프 므와>란 영화를 수입․홍보할 때다. 프랑스영화라 배우도, 감독도 생소했다. 게다가 일주일 뒤에는 직배영화인 <나인 먼스>가 개봉했다. 할리우드영화 대 프랑스영화, 직배사 대 군소영화사, 여러모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는데, <나인 먼스>는 10만명이 들었고 <네프 므와>는 9만명이 들었다. 그 정도면 성공이다.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어려움도 많다. 개봉일에 극장에 관객이 없을 때 제일 괴롭다. 손님이 안 들면 일단은 홍보 책임이라고 생각하니까. 흥행에서 홍보 마케팅의 비중은 많으면 20%, 적으면 10~15%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개봉하는 날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홍보․마케팅의 자질


홍보하는 사람은 변호사와 같은 직업이다. 홍보를 하다보면 마음에 안 드는 영화도 있다. 하지만 불평만 하다가는 홍보 못한다. 홍보하는 사람은 너무 비평적이면 안 된다. 변호사라면 살인자도 옹호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점은 감추고 장점만 찾아내는 것이 홍보 기획자의 직업이면서, 입장이다. 이 일을 하려면 감각과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끈기있고 성실하며,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 요즘엔 외국 감독의 방한이 잦으므로 어학을 잘하면 알파가 된다. 보도자료와 광고 카피를 써야 하기에 문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영화만이 아니라 책, 연극, 음악 등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으면 일하기에 편한다.



충무로의 여성 홍보․기획자



채윤희를 대모로 한 홍보기획실의 여성파워는 막강하다. 심재명, 오정완 등 여성프로듀서 1세대가 기획실에서 잔뼈가 굵었고 90년대 중반 이후로 대부분 기획실이 여성인력으로 채워졌다. 송혜선은 태흥영화사가 만들어질 때부터 참가해 10년 이상 기획실장을 하고 있고 화천공사 기획실 출신인 지미향은 우노필름 기획실을 거쳐 영화향기라는 영화홍보사를 운영하고 있다. 창립 때부터 신씨네에서 일한 신씨네 기획실장 김무령, 하명중영화사 기획실을 거쳐 씨티극장 기획실장을 하고 있는 권미정, 영화잡지 기자 출신으로 올댓 씨네마를 거쳐 백두대간 기획실장으로 일하는 노은희, 코아라이브러리에서 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 기획실장 정미, 강우석프로덕션 출신인 황기성사단 기획실장 나선녀, 올댓 씨네마의 기획실장 심영, 원두인컴 기획실장 김해순, 명필름 기획실을 거쳐 <연풍연가> 홍보를 맡은 김주희, 하명중영화사 출신인 <박대박>의 오은실 등이 90년대 초중반부터 기획실을 지켜온 인물이며 우노필름의 이현순, 신씨네의 최수영, 명필름의 전희영, 좋은 영화의 김안나, 임지영, 이손기획의 김진아 등이 그뒤를 잇는다.


채윤희씨의 말. ꡒ충무로의 마케팅․홍보 인력은 대부분이 여성이다. 차별없이 얼마든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여성에게 좋은 직업이다. 이 일을 시작할 때는 과연 내가 독립을 해서 회사를 차릴 수 있을까 했는데, 열심히 하면 5~10년 안에 독립이 가능하다. 창업자금이 얼마 안 드니까 머리와 정신만으로 회사를 차릴 수 있다. 제작자가 되기 전에 홍보 마케팅을 배워두면 큰 도움이 되며, 영화에 입문하기 제일 쉬운 분야가 바로 홍보 마케팅이다."


52년생. 출판사 편집장으로 <영원한 사랑> <꼬마 니꼴라> 등 출판

<산불> 등 30여편의 연극에 직접 출연했으며 <오구-죽음의 형식> 등의 연극 기획

86년 양전흥업 입사. <영원한 제국> <연인> <피아노> 등 홍보

94년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인 올댓 씨네마 설립. <제5원소> <크래쉬> 등 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