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둘러싼 것-
20081004
감독 : 하시구치 료스케
출연배우 : 부인.키무라타에(사토 쇼코) 남편.릴리프랭키(사토 카나오)
무려 런닝타임 2시간 20분의 영화.
자그마치 근 십여년간의 소소한 주인공 부부의 일상이 담담한 시선으로 펼쳐진다.
지겹다는 느낌이 살짝 있으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이 계속 집중하게 된다.
처음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 비호감이었다. 무신경하고, 여자 좋아하고, 무능력하고, 답답하고......
그들이 아이를 잃은 후에는 여자 주인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감 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고,
남편이 그린 아이그림을 보고 난 후 극도로 예민해져가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불능이었다.
그런데......
비오던 그 날, 극도로 감정적이고 나락까지 떨어져 힘들어하는 여자와 그 여자를 감싸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서
나의 모습을 봤다.
내가 느꼈던 마음, 왜 그렇게도 함께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았는지 왜 그렇게 불안하고 감정적으로 보챘었는지,
술을 마시면 왜 그리도 울었었는지,그리고 무엇을 그토록 원했는지도 알았다.
여자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에 위로받았고.
그렇게 이해심많고, 토닥토닥 마음을 달래주는 남자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서로 사랑을 다시 느껴가고 잔잔하게 퍼져가는 사랑이 일상속으로 스며드는 그 모습이 너무 편안하고 부러웠다.
이제 그런 사랑을 해야지..
일본의 다양한 일상,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사건이 담겨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크게 남는 한 가지는
역시 남자주인공 캐릭터의 따뜻함이었다.
# 선아 덕분에 카세료가 이 영화에 출연하다는 걸 알았다.
극악무도한 살인범으로 법정에 서는 그는 정말 알아보기 힘들었다.
배우가 뚜렷하게 인식되는 자기 얼굴을 갖지 않는 게 좋다..